부엌에서 오는 갈등.

메인 글들을 훝어보다가 문득 생각나서....

십여년 전에 우리집(그러니까 이젠 친정)이 이사를 했고

엄마와 나는 부엌살림을 반나절의 공을 들여 정리했다

그리고 그날 새벽...
화장실을 가려 일어났나... 뭐 암튼....
할머니가 우리가 정리해놓은 그릇과 냄비들을 싹 다 꺼내놓고 다시 집어넣고 있는걸 목격했다

할머니한테 뭐하시냐고 묻자 할머니는 본인이 쓰기 편하게 정리하신다고 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할머니는 부엌살림이라곤 하질 않으시는 분이셨거든?
밥상 차리는것 조차 하지 않으시는 분인데......


아침에 엄마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엄마는 한숨을 내쉬며

봐라 이러니 내가 살림에 관심이 생기겠냐? 라고 하셨다

(난 늘 엄마가 요리랑 살림을 예쁘게 하는데 도무지 관심이 없다 타박해왔거든)



얼마전에 뭐때문인지 남편과 이 이야기를 했고

남편이

우리집도 똑같은 일이 있었어

라고 해서 좀 놀랐다


아 생각났다

아는 동생이랑 이야기하다가 얼마전에 이사를 했는데 엄마가 정리한거 할머니가 싹다 다시정리했다는 애기에 우리집도!!! 이랬던게 기억나서 이야기한듯


암튼

할머니 모신집은 대충 다 비슷한 일을 겪은것 같고...
그 엄마들의 공통점은 살림에 별 관심과 애정이 없었다는거...


난 그 이삿날 새벽 광경이 너무나도 충격적으로 머리에 박혀있는데

당시 엄마와 내가 살림을 쉐어하던 시절이어서 의논해가며 정리 해놓은 모든걸

얘기도 의논도 없이 모두 싸그리 할머니의 방식대로 너무도 당연한듯 재정렬하는데 너무 어이가 없었어서....


당시 엄마는 가게를 하셨고 아빠는 좀 힘드신 시기였고... 난 집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할머니의 시어머니짓(?)이 엄마를 향하지 못하자 나에게 터지던 시기였고 오죽하면 동생이 누나한테 왜그러냐며 할머니에게 폭팔할 정도.....
암튼 결혼도 안했는데 시집살이 독하게 한 시기였다....

아.. 까먹고 있엇는데 기억남 ㅋㅋㅋ
당시 할머니는 나에게 온같 막말을 내뱉으셨는데

뭐 평생 시집못할꺼다 랑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그런 깎아내리는 말들을 많이했다

지금에야 전혀 기억못하시겠지만......


뭐 암튼

하려던 얘기가 그게 아니고


나만 겪은게 아닌 그릇사건을 보고 메인에 뜬 별 관계없는 글을 보고 떠오른게

그런게 갈등의 원인이 되는것 같다

서로의 공간과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것.

부엌은 누구의 작업공간인가 부엌의 주인은 누구인가 의 문제로 생각해보면

일종의 영역다툼 같기도 하다...


예전에 서울서 일할때 엄마가 찾아와서 며칠 머무셨는데

어느날 퇴근하고 와보니 엄마가 김치찌개를 끓여놓으셨는데 그 냄비가 내가 속옷을 삶는데 쓰는 냄비였다....

싱크대 젤 아래구석에 있던걸 왜 하필 그걸 사용하신건지...

지금생각해보면 양은냄비여서 그런것 같은데

그때도 지금도 난 양은냄비는 요리할땐 안쓰거든... 그냥 싫음 그 감촉이랑 소리가.... 그리고 쇠맛남....
물론 파는건 잘 먹지만..


암튼 그래서 엄마랑 대판 싸우고.... 맞음 ㅋㅋㅋㅋㅋㅋ 난 서른 넘어서도 엄마한테 맞고살았음 ㅋㅋㅋ

아니 모르면 몰라도 알고 그걸 어케먹어...ㅠㅠ 세제넣어서 삶아서 하얗게 세제눌른 띠자국도 있는 냄비인데......

엄마는 이상한데 고집을 부리는 타입이라 먹으라고 강요했고...

뭐 엄마가 서운한것도 이해는 하는데 진짜 그걸 어케 먹냐고 ㅠㅠ


아무튼....
남의살림 남의부엌을 사용하는게 참 그렇다

아직도 가끔 남이 내 부엌을 사용하면 불편하다
설걷이 하나도 그냥 내가 하는게 편하고...
내 부엌에 남 들이는게 썩 좋진 않음



얼마전에 B급 며느리 책을 읽었는데

음....

뭐 결국은 부엌에서 오는 갈등이 대다수였던것 같다

김치사건도 그렇고...

아이 옷도 그렇고.....

아이는 부엌엔 속하지 않지만 아이옷은 내 살림살이에 속하는 영역에 가까워 보이니까

시어머니가 손자의 옷을 매번 맘대로 바꿔입혔다는 부분에서 난 그 새벽의 할머니가 떠올랐거든

뭐랄까...
요즘말로 하면 좀 폭력적인 방식이라 생각한다

얘기를 해줄수도 의논할수도 있는거잖아

아니면 충분히 설명하던가

하긴 윗세대는... 사실 우리세대들도 설명을 잘 못한다...

그냥 알아주겠지 내마음 알아주겠지 하며 일방적으로...

그냥 서로 일방통행적인 사랑 베품 이런거...


그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내가 손주옷 넘 예쁜게 있어서 사놨는데 오면 입혀보내도 되겠니 입은거 보고싶어서 그래
라고 했다면 갈등의 도화선이 됬을까...

뭐 그런생각중...

이래저래 횡설수설이네 잠도오고 ㅋㅋㅋㅋㅋ



아무튼
설명을 잘 해야한다
근데 그러려면 자시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내가 뭘 원하는지 왜 이런행동을 하는지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거의 평생을 내마음 나도몰라 로 살아가는것 같아보인다 그래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이런행동을 왜 하는지 모른채 그냥 사는거...

남을 이해하거나 이해시키거나 하는데 무지 서툰듯..... 주입식 교육이라 그런가 유교문화라 그런가... 내리사랑 문화라 그런가....

이해하지말고 그냥 외워!! 같은 이해하지말고 그냥 받아!! 이게 내방식의 자식사랑이야!! 이런느낌?




덧글

  • 유카 2018/04/06 12:54 #

    노인네들은 당신이 살림을 안해도 '여긴 내 구역' 이라고 생각하는게 큰가보더라.

    특히 아들이랑 같이 살면.. 더더욱 아들, 며느리집에 얹혀 산다는 생각 자체가 없음.

  • gray 2018/04/08 01:20 #

    뭐 얹혀 산다는건 어폐가 있지만 함께 산다는건 잊으시는듯... 가족간에도 예의가 절실해....
  • 라비안로즈 2018/04/06 15:01 #

    저희는 신랑이랑같이 주방을 공유해서 신랑도 주방식기 엎어놓는걸 싫어해요. ㅎㅎ 시부모님 왔다가시면 미묘하게 짜증을 부리죠. 그래서 신랑이 시부모님 아예 못오게 하셔요;;;
  • gray 2018/04/08 01:21 #

    저두 그래요 ㅎㅎ 미묘하게 짜증 ㅎㅎㅎ
  • 레니스 2018/04/06 16:27 #

    저도 어른들 많이 그래서 짜증나는데
    유교문화의 폐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이 신경써주는데 감사하게 받지 못할 망정 싫다니?! 랄까요...
    싫어도 그냥 티 안내는게 예의라고 여기는 듯하구요.. 사람이 싫고 좋고 필요하고 없고가 있는데 그런걸 다 무시하는거죠. 그러면서 안받아주면 서운하다는거고. 누가 더 어린애인지 모르겠어요.
    그냥 아랫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는 듯 해요..
  • gray 2018/04/08 01:24 #

    맞아요 존중의 문제인것 같아요
    폭력적인 사랑 같아요
    그래도 내부모는 그나마 다들 상대가능하지만
    시댁 처갓댁인 경우는 정말 힘든것 같아요
    그나마 사위는 며느리보다는 종중받는 포지션 같지만...

    암튼 아무리 내리사랑이라지만 잔말말고 내사랑을 받아!!! 는 정말이지 받는사람 입장에선 가끔 폭력으로 다가오는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맨날 엄마랑 싸웁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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